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선교수녀회

‘하나 됨’의 길을 따라

‘하나 됨’의 길을 따라
요한 14,1-12

제자들은 길이신 예수님께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하고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이신 분께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한다.

늘 거리를 두고, 나누고
늘 우리 자신만을 찾는 우리에게
주님의 이 하나 됨의 말씀은 낯설기만 하고
좀체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내 어릴 적만 해도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결혼하면 시댁 부모님과 사는 것이 당연했고
딸린 가족들까지 챙기고
자식들을 챙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러는 와중에 할머니는 구걸하시는 분들
산을 넘어다니며 행상하시는 분들
연극을 하며 오랫동안 머물며 약을 파시는 분들
심지어 나병환자들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여
밥을 먹이시고
좁은 방안에 자리를 좁혀
재워주시는 것을 자연스럽게 하셨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물질문명이 우리 삶을 지배하면서
더 이상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당연하지도 않게 되었다.
오히려 불편한 장애물로 여기게 되었다.

서로 간에 넘어오지 못하도록 장벽을 쌓고
나만의 공간을 지키려는
울타리가 너무도 분명한 우리에게
예수님의 이 하나 됨의 말씀은
알아듣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편하기 그지없게 다가온다.

아버지와 온전히 한 몸을 이루시고
한 뜻을 이루신 주님께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안에 있고
서로가 서로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신다.
우리와도 이 하나 됨을 통하여
아버지 안에 사는 자녀로서
아버지를 품고 증언하기를 열망하신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서 힘들어하면서도
하나 됨을 통하여 이 난관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잠시 잊고 있었던,
일상의 힘듦과 바쁨이라는 창고에 밀쳐 두었던
우리 안의 ‘하나 됨’의 선한 본성이
다시 일깨워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주님께서는 이런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내가 네 안에 있고
네가 내 안에 있다는 것도 믿어라.
그리고 네 이웃 안에도 내가 있음을 믿어라.

내 피가 흘러 모든 이 안에 흐르고 있고
내 살이 양식이 되어 모든 이 안에 살고 있기에
너희는 모두 내 안에 하나다.

그러니 너희들은 서로 자꾸 남이라고 하지 말고
둘이라고 하며 나누려 하지 말라.”

  • Veronica Yang. 5.1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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