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선교수녀회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하느님의 자비주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요한 20,19-31

오늘 토마스의 말과 행위는
그동안 제자들이 보인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불신의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그냥 보고야 믿겠다는 말도 아니고
아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인할지를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습니다.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거기에 손가락을 넣어서 확인까지 해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옆구리에 손가락까지 넣어보고
샅샅이 확인해 본 뒤에야
믿을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상처 자리를
후벼보겠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의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운 자녀들을 위해
주님은 그 아픈 상처 자국을 열어 보여주십니다.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며 절규했던 그 상처,
스승을 팔아넘기고 배신하고 도망쳐 버려
혼자 버려진 상처,
어머니에게 처참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던 상처,
인간의 기본 품위도 간직할 수 없었던
발가벗겨진 상처….

그러나 주님께서 열어 보여주신 그 상처 속에는
우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사랑 자국만 선명히 새겨져서
샘이 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기를,
보지 않고도 믿는
참다운 자녀가 되기를 바라며
스스로 자비의 샘이 되셨습니다.

그 자비 가득한 주님 앞에 토마스처럼 엎드려
저도 고백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 Veronica Yang. 4.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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